열린 알림방

[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06.245.195.107)
등록일 : 2020-08-04
조회수 : 3301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곳에 먼저 가 길을 놓는다


 
‘사돈이 땅을 사도 내 배가 부를 수는 없을까?’

경제 발전이 곧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땅을 산 사돈이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다면 어떻게 될까? 사돈이 땅을 샀는데 나도 만족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행정안전부는 사회적 가치를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라 정의한다.

사회적기업은 이런 사회적 가치 실현을 기업 목표로 설정한 기업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 2조에 명시한 사회적기업의 핵심은 ‘지역사회에 공헌해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이런 사회적기업의 좋은 가치 추구에 힘을 싣고 싶어도 지역 내 어떤 사회적기업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면 곤란한 일이다. 과자를 사려면 근처에 마트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사회적기업이 모여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그것도 접근성 좋은 시장 말이다.


1.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적가치를 매개로 공공기관과 사회적기업을 연결하는 기업입니다. 짧게 소개하면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 유인수 이사장은 사회적기업과 공공기관이 서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점에서 공통의 이해가 닿아 있지만, 각자 영역에서 서로를 모른 채 존재하는 것이 아쉬웠다고 한다. 공공기관에서는 사회 공헌 기금을 매년 배정하지만 주위에 어떤 사회적기업이 어떤 상품을 만드는지 알 수 없어 집행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또 사회적기업은 중간기관을 통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순 있지만 현실적인 도움을 얻거나 기업을 홍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예전부터 공공기관과 사회적기업 사이 중간 단계 조직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저에게 상담한 적이 있어요. 주위에 사회적기업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요. 기관 차원에서 조금 예산을 크게 내 볼 테니 사회적기업을 연결해 달라고 했죠. 그것이 가치플러스를 설립하는 계기였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사회적경제연구원 그리고 한남대학교 이 세 기관이 삼자 협약을 맺고 SELF 사무국을 만들었다. 사회생태계, 경제가치, 지역커뮤니티&이슈, 미래사회가치 단어의 각 앞글자를 따서 만든 SELF는 공공기관과 사회적기업을 연결 하는 플랫폼이다. SELF는 사회적기업 생산품과 서비스를 공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공공기관에서 직원에게 줄 명절선물을 고를 때 기업이 원하는 상품을 지역 내 사회적기업에서 찾을 수 있게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이 돕는다.
공공기관과 사회적기업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SELF 사무국을 시작으로 2019년 4월에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였고 2019년 12월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2.
“내가 소비하는 상품을 만든 기업이 비도덕적인 문제에 휘말리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등을 통해 제재를 가하려 하는 것은 이제 젊은 세대의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기업이 우리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긍정적인 소비 활동이 일어나고 다양한 좋은 일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사회적기업이 지역 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본래 도시락을 제조하는 기업은 코로나19로 사회복지기관 휴관과 개학 연기로 인해 급식을 받지 못하는 아동에게 도시락을 제공하였고 면마스크 만드는 기업은 방역물품인 마스크, 손 소독제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때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은 ‘가치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가치를 공급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 공공기관이 적절한 곳에 지원을 할 수 있게 유도한다.

최근엔 ‘안테나 숍’도 기획해 운영 중이다. 소비자에게 사회적기업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품을 만나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가치플러스 사회적협동조합은 세종시 안에 있는 이마트와 농협하나로마트, 국책 연구단지에 작은 공간을 얻어 사회적기업이 상품을 전시하는 홍보관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판로 개척에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기관이 유휴 공간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사회적기업을 도울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3.
“공공기관들도 사회 공헌 활동의 파트너로 사회적기업을 인식하고 사회적기업도 상품의 수요자이자 사회 가치 후원자로서 공공기관을 잘 알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참 추상적이지만 이를 실현해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개체가 없으면 서로 알 방법이 없어요. 이런 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오래 전부터 있었지요. 그래서 우리가 먼저 시작한 것이에요.”

결국 기업도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가치플러스 설립 전, 사회적경제연구원 팀장으로 일했던 경험은 유인수 이사장의 지금 활동에 많은 도움을 준다. 사람을 만나고 실제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일은 시간이 들고 많이 어렵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해하게 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치플러스가 성장하고 더 전문성을 갖춰, 사회 가치 플랫폼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