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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지역화폐 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23.212.119.204)
등록일
: 2020-09-04
조회수 : 4066
교환을 넘어 호혜 경제로
돈을 사용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인간의 살림살이>란 책을 쓴 칼 폴라니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확립하는지에 따라 개인들의 협력적 태도는 재분배 경제를 낳을 수 있다 했다. 지금까지 돈을 교환 수단으로 사용했다면, 이제 지역 내 호혜 경제를 이루고 부의 재분배를 위해선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역화폐협동조합’은 지역 내 소비가 마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화폐를 만든다. 지역사회의 상생과 공존, 나아가 호혜적 연대를 꿈꾸는 지역화폐협동조합의 최보연 팀장을 만났다.
▲ 한밭페이 런칭 포스터
지역화폐라는 말은 코로나19 이후, 대전시가 지역화폐 ‘온통대전’을 발행하며 익숙해졌지만 이에 대한 논의와 실험은 예전부터 이어져 왔다. 대전에서는 1999년부터 한밭레츠가 지역화폐 운동을 시작했다. 지역화폐협동조합은 한밭레츠에서 논의된 지역화폐 정신을 이어 민간 주도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한다. 이전에도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지역화폐를 확산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과거 지역화폐는 발행과 환전, 교환의 방법이 복잡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역화폐를 쉽게 발행하고 환전과 사용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추진했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 운영을 위한 사무국 형태가 필요했기에 2019년 9월, 창립총회를 진행하였고 2019년 11월에 지역화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한밭페이’는 2020년 9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저희가 발행하는 지역화폐는 민간 주도로 운영하는 화폐입니다. 공동체 활성화와 시민의 자발적 공익활동의 증진을 목적으로 발행해요. 이 한밭페이를 사용하면 기부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요. 이 기부포인트는 공동체 공익 활동에 사용합니다. 이 지역화폐를 이용하면 지역 내 소비가 이뤄지고 기부포인트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소비를 기부와 연계하기 때문에 윤리적 소비에 대한 교육적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밭페이’를 통해 지역화폐로 환전하면 ‘드림’과 ‘드림포인트’를 함께 받는다. ‘드림’은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드림포인트는’ 환전 금액의 2%를 받아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에 기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을 내 ‘어린이 먹거리 문제 해결’이라는 마을 의제가 펀딩으로 나왔을 때 ‘드림포인트’를 해당 마을 의제에 기부할 수 있는 것이다. 추후에는 한밭레츠에서 사용하는 ‘두루’ 시스템과 비슷한 마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마을별 화폐’도 발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밭페이 사용자는 지역화폐 ‘드림’, 공동체 공익 활동에 기부하는 ‘드림포인트’ 그리고 마을 내에서만 사용하는 ‘마을별 화폐’까지 총 세 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과 홍보를 맡고 더 많은 연대체가 함께할 수 있도록 지역화폐협동조합이 힘쓰고 있다.
▲ 최보연 팀장
“온통대전은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와 소상공인 사이에 네트워크는 만들 수 없어요. 한밭페이는 교환을 넘어 마을 내 연대와 상호 간 네트워크까지 고민하고 있어요. 지역화폐를 사용하여 얻는 인센티브를 개인이 가지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이유입니다. 시민이 발행하고 시민이 사용을 결정하는 것에서 민간주도성 있는 지역화폐 운동이죠.”
지역화폐협동조합은 한밭페이를 통해 경제적 연대를 이룰 수 있게 노력한다. 소비자가 마을 상가를 신뢰하지 않으면 마을 상점 이용이 줄어든다. 그러나 마을 상권이 쇠락하면 그 피해는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마을 안에서 소비하는 것은 일종의 ‘호혜거래’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은 주민이 자기 마을을 돌아 볼 기회가 되고 이를 통해 신뢰를 얻게 된 마을 상권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내 소비가 활발해지는 호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역화폐가 추구하는 정신이다.
“물론 지역화폐를 통해 부의 역외 외출을 막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호혜거래가 이뤄질 때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마을이 발전해 나갈 것이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