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알림방

[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우리냉동탑차 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23.212.119.204)
등록일 : 2020-10-12
조회수 : 3112
결국엔 우리 모두 잘 사는 세상을 위해


감염률이 높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비대면 서비스를 지향하며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택배와 배달 사용률이 높아지는 것은 언택트 시대의 특징 중 하나다. 택배와 배달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운송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우리냉동탑차협동조합은 소비자 개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소비자에게 물건이 닿는 과정에 존재한다. 생산업체에서 물건을 싣고 공급업체에 물건을 전달하면, 그 물건이 매장 판매나 배달을 통해 소비자의 손 안에 들어간다. 우리냉동탑차 협동조합원들은 소비자가 신선한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중간 과정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오늘도 냉동탑차에 오른다. 

 
우리부터 해 보자

“영업용 화물차가 전체적으로 약 40여만 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수차량에 속하는 냉동탑차가 약 15,000대 정도로 예상됩니다. 이 중에서 화물회사 소속이 9,000여 대, 개인 소유가 6,000여 대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차들은 주로 농·수·축산물 같은 식자재를 운반하며 야간 운행이 많아요. 요즘은 코로나19로 식자재 이외에도 의약품 등의 수요가 늘어나며 다른 차종에 비해 수요가 늘어나는 편입니다.”

우리냉동탑차협동조합의 김승훈 대표는 간단하게 냉동탑차 업계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며 그가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처음 협동조합을 설립하고자 마음먹었던 건 5년 전 일이다. 대전에서 함께 냉동탑차를 운전하는 동료들에게 협동조합을 꾸려보자 이야기했지만,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승훈 대표는 “경쟁은 해 봤지만 협력해 본 적은 없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고 설립에 실패한 이유를 언급했다. 하지만 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그는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했다. 시간이 지나 5년 정도 흐르면 우리가 개인적으로 일하기 어려울 거라고, 함께 협동해야 한다고,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동료 6명과 함께 지난해 6월 1일 창립총회를 열며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협동조합 설립에 열심이었던 건 “폭넓은 정보로 인한 차주들의 완전경쟁 시장의 내몰림” 때문이었다. 김승훈 대표가 처음 이를 염려했던 건 약 10년 전 차주와 화주를 이어주는 화물알선 중개 앱이 생겨나면서부터다. 

“이 중개 앱이 생겨나면서 화물운송, 알선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까지 활성화되면서 화물운송시장이 완전경쟁 형태로 변해 버렸죠. 짐을 주는 화주는 정해져 있는데 짐을 받을 차주는 불특정다수가 되면서 운임이 급격하게 하락했어요. 이런 상황을 차주 개개인이 대처하기 어려웠죠. 차주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대안이 모색되었지만, 대부분은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 가운데 협동조합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안했던 거였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대안으로 꾸린 협동조합은 중개 앱과 커뮤니티로 인해 무너져버린 운임을 다시금 끌어올리고 지키는 데 힘쓰고 있다. 낮춰진 운임은 일의 원동력을 떨어트림과 동시에 시장 환경을 파괴한다. 그래서 우리냉동탑차협동조합은 다시금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부터 움직이고 있다.


▲ 냉동탑차
 
10년 뒤에도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겁니다

“우리 조합원이 처음 조합을 만들 때 내세웠던 모토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끼라도 잘 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조합원이나 조합을 위해 내가 손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 손해보더라도 서로 배려하고, 생각하며 나아가다보면 우리끼리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끼라도 잘 살면 다른 차주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조합에 참여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두 가지 모토를 가지고 우리냉동탑차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승훈 대표는 지금 협동조합의 규모를 크게 늘릴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지속적인 협동조합 운영과 미래를 위해서는 영업이 가장 중요하기에 응당 많은 조합원이 필요하지만 사람을 늘리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다. 한번은 조합원이 15명으로 대폭 늘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11명으로 다시 줄어든 상태다. 조합원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조합원들은 앞으로 새로운 조합원을 들일 때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뒤 가입할 수 있도록 준조합원이라는 형태를 따로 두었다. 새로운 조합원이 들어오고 협동조합이 커지더라도 혼란이나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게 생각해 낸 방법이다.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조합원들 모두 개인적으로만 일하던 사람들이기에 서로 협력하고 협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기에 서로 대화하고 조율해 나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일이라도 서로 상의를 합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하나하나 다 드러내 놓고 이야기를 나누죠. 그것이 서로 간의 신뢰를 갖는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들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대화하고 신뢰하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 김승훈 이사장님

현재 우리냉동탑차협동조합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주 만나 소통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함께 모여 활동을 하는 조직은 아니기에 무리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리고 아직 새로 들어온 조합원과 준조합원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김승훈 대표는 사태가 진정되면 하루빨리 조합원들을 만나고, 새로운 조합원들과 준조합원의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올해 안에는 사무실에 상근직을 둘 계획입니다. 다들 개인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조합을 운영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영업이나 회계, 회의 준비, 배차 등의 어려움이 있죠. 하루에 네 시간 정도라도 일할 수 있는 상근직을 둬서 조금 더 우리 협동조합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많은 걸 하지는 못해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갈 생각이죠. 언젠가 제가 조합원들과 10년 뒤를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때가 되면 자율주행 화물운송 서비스가 통용되면서 화물운전사가 많이 없을 거라고 말이죠. 그래도 그때가 되어도 우리는 사무실에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우리가 받고 싶은 일 받아 한두 번이라도 일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던 게 기억나요. 그냥 우리는 우리 하고 싶은 화물 일을 계속하는 것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