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알림방
-
[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한국평생문화체육발달센터사회적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23.212.119.204)
등록일
: 2020-10-12
조회수 : 3151
모두가 함께하고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우리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기다림이에요. 사람마다 누구나 배움에 필요한 시간이 다른 것처럼, 발달장애아동들에게는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해요. 적응의 시간도 더 많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저희는 계속해서 기다려요. 아이들이 저희와 수업이 익숙해지고 즐거워질 때까지.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항상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우리의 일이에요.”
계속해서 기다리는 것
주택과 원룸 건물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골목 초입, 한국평생문화체육발달센터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한국평생문화체육발달센터)이 자리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면 높은 천장을 가진 널찍한 공간은 부담 없이 뛰어놀기 좋다. 이곳에서 한국평생문화체육발달센터는 발달장애아동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육활동을 진행한다.
2017년, 최창기 대표가 한국평생문화체육발달센터사회적협동조합을 꾸린 건 꾸준히 들어왔던 학부모들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원래 그는 학교에서 일반 체육교사로 일했지만, 시간이 지나 특수교육로 전향을 했다. 그러다 학교를 나와 대전광역시장애인체육회에서 팀장으로 일하며 긴 시간을 특수교육계에 몸담았다.
“처음에는 13년도쯤이었을 거예요. 학부모들이 찾아와 외부 프로그램을 해 줬으면 한다고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액션영화센터 공간을 빌려 장애아동과 부모님 총 60명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죠. 그러다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친구들은 돌발행동이 많아서 영화관에 가질 못하거든요. 그래서 정보문화산업진흥원 공간을 빌려서 다 같이 영화를 보기도 했어요. 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는 지금도 여전히 인연을 이어오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렇게 공간을 빌려 활동을 하다가 주변 학부모들이 체육시설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의견을 받아 체육시설을 만들기로 했어요. 공간을 찾아 지난 2017년 1월에 지금 공간에 입주해 아이들과 함께 체육활동을 하고 있어요.”
▲ 통합축구교실
한국평생문화체육발달센터는 ‘발달장애인이 개인의 특성과 장애의 제한성을 고려해 개별 또는 그룹으로 특수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체력 및 운동기능의 향상과 사회성을 높이는 전문스포츠센터’라고 팜플렛을 통해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체육활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개선에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누구나 체육활동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창기 대표는 싫어할 수는 있지만 건강을 위해 해야만 하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한국평생문화체육발달센터는 기다린다. 아이들이 체육활동에 관심을 가질 때까지, 익숙해질 때까지. 재미를 느낄 때까지 말이다.
“발달장애인들은 환경이 변하는 것에 있어 굉장한 스트레스를 느껴요.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그들에게 큰 스트레스죠. 그래서 저희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이 기다리는 일이에요. 일단은 기다려요. 아이들이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것 외에도 우리 지도사들이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있어요.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은 다 다르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에요. 인간에 대한 존중, 개별성에 대한 인정 말이에요. 다름을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안 돼’라는 말을 지양하죠. 그리고 친밀감도 중요하죠. 물론 다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에요. 천천히 기다리고 천천히 다가가다 보면 새로운 환경, 장소, 사람에 대한 어색함이나 스트레스가 조금씩 사라지고 자신감을 얻어 스스로 참여하게 되더라고요.”
▲ 펀펀 스포츠 행사
나아갈 힘을 불어 넣어 주는 일
한국평생문화체육발달센터는 설립 이래로 축구교실, 다도, 요가, 필라테스 등 다양한 체육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또한 센터 내에서만 활동하지 않고 외부에서 초청 프로그램이나 학교에서 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활발히 움직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직접 만나 움직이고 접촉하며 활동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현 상황에서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한동안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되었을 때는 센터 프로그램도 중단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지금 상황이 끝나길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처음에는 저희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갑작스럽게 닥쳐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직원들이 출근해서 할 일이 없으니 다들 무기력해지더라고요. 대표로서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했어요. 수익과 분위기 두 가지 전부를 잃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선생님들에게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온오프라인 영상 관련 수업을 듣게 했어요. 그리고 영상 장비 몇 개를 구입해 그걸 가지고 영상 교육 자료를 제작했어요. 기존에 저희가 수업을 나가던 학교에 배포했고, zoom 온라인 수업도 진행했어요. 시대에 발맞춰 나가야 할 때라고 느꼈죠. 현재 홈페이지 구축을 새로 하고 있는데, 이곳에 지속적으로 영상을 올려 발달장애아동들이 영상을 보며 집에서도 쉽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에요. 또 대전시 사업을 받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현장통합체육 교재를 만들었어요. 특수체육과 연관된 사람들과 함께 교재를 제작했죠. 교재는 금산과 대전교육청에 전달할 예정이에요.”
▲ 최창기 이사장님
최창기 대표는 ‘당장 할 일이 없지만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말하며, 센터가 계속해서 운영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 우리나라 최초로 스페셜 운동 보조지도사라는 민간자격증을 만들었고,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최창기 대표가 자격증을 만들고자 생각한 건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을 위해서다.
“교육 서비스 쪽으로만 일했기에 잘 몰랐는데, 막상 현장에 나가 보니 직업적 문제와 부모님 사후의 문제 등 다양한 것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일반 체육 교사로 활동할 때는 그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어요. 현장에서 일해 보니 알게 된 거죠. 다행히 2년 전에 법이 바뀌어서 장애인 고용 문제가 조금 개선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사회에 홀로 설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의 경우 굉장히 폐쇄적이었는데,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했을 때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더 크고요. 발달장애인의 부모님이 바라는 건 아이들이 사회구성원들과 가까운 수준으로 변화가 되길 바라는 거예요. 모든 게 더디고 힘들 뿐이지 기다리면 언젠가는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할 일은 발달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함께 해 온 활동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대상자로 삼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모두가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