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알림방

[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23.212.119.204)
등록일 : 2020-11-09
조회수 : 3309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위기 속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마땅히 고민해야 할 일이지만 생각하면 머리 아파 못 본 척하는 일이 있다. 환경문제가 그렇다. 내가 잠시 머무는 지구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지만 그 문제 크기에 압도되어 문제 해결은 나중으로 넘기곤 한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듯이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다 보면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났다.


▲ 갈마동 성당 전경
 
이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천주교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산하 신자들이 모여 설립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지역 에너지 자립 활동을 통해 창조질서보존을 실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생태환경위원회란 2015년, 대한민국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이후 천주교위원회에서 주교회의 산하에 만든 단체다. 대전 교구엔 2017년에 세워진 생태환경위원회 주요 업무는 자연생태와 자연환경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는 일을 한다. 

“보통 생태라 하면 자연적 생태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자연뿐 아니라 인간이 관여된 모든 것을 생태로 보고 있어요. 생태환경위원회는 이 생태를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에요. 대전 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회칙 말씀 중 ‘이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란 말씀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생태환경위원회 최인섭 사무국장의 말이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생태환경위원회의 정신을 실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설립되었다.

“생태환경위원회 주교회의에서 주관하는 생태환경 연수회가 있었어요. 연수회에서 지구온난화 문제 80%가 에너지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날,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함께 조합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 1호 발전소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최경해 이사의 말이다. 태양광 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물·지열 ·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 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다.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CO2 발생이 거의 없어 청정에너지라 불리기도 한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열 발전을 통해 에너지 절약과 전환을 실천한다. 2019년에 협동조합을 설립하였고 그 해 8월, 갈마동성당 내 불휘햇빛1호 발전소를 설치했다. 이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평균 매달 4인 가구 기준으로 11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를 통해 충분히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태양열 발전은 생태환경위원회에서 말하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연결 되어있다’와 창조질서보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에게 필요한 만큼만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환경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해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누릴 방법이다.

 
 
불편한 즐거움을 통한 에너지 자립을 꿈꾸다

“시작 초기에 태양열 발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조합원은 많지 않았죠. 그래서 시민햇빛발전소 활동이 활발한 다른 지역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특히 수원 교구가 함께하는 안산시민햇빛발전소협동조합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어떻게 하면 설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공사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권군호 이사장은 태양열 발전이 기술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다. 에너지 자립 운동이 있는 타시도 협동조합의 사례와 노하우를 많이 공부했다. 최근엔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지원을 받아 7주 동안 적정기술 교육도 받았다. 적정기술은 필요한 지역에 적절한 비용으로 개발되어 그 결과가 수혜자에게 공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자본을 위한 기술’이 아닌 ‘인간을 위한 기술’로 불린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이 교육을 통해 태양광 발전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태양열 셀을 붙여 교육 참여자가 직접 태양광 핸드폰 충전소를 만들었다. 이 충전소는 갈마동성당 입구에 설치했다. 무엇보다 이 교육을 통해 태양열 발전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란 확신을 얻었다. 태양열 발전에 대표적 문제인 태양열 셀을 고정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는 충북 진천에 태양열 패널 폐기물 재활용 단지를 통해 처리할 수 있고 태양열 수명도 기술의 발전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 태양광 핸드폰 충전소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 발전사업과 동시에 ‘절전소 모임’을 진행한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를 줄여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소 기술이 발전하고 보급이 많아져도 가정 내 전기 소비량이 줄지 않으면 결국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줄어들지 않기에 일상생활 속 절전 실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30가구 정도가 함께 절전소 활동에 참여하며 매월 전기 사용량을 공유한다.

“태양 발전소를 통해 대체 에너지를 체험하고 절전소 모임을 통해 불편한 즐거움 속에 에너지 자립을 꿈꾸고 있습니다. 일상생활 속 사용하는 에너지의 정의로운 전환을 꿈꾸고 있어요. 우리가 자립한다면 우리 후대에 환경 보존의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겠죠.”

최인섭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 권군호 이사장님, 최경해 이사님


 
나부터, 작은 것부터

“불휘햇빛1호 발전소를 설치하고 나서 조합원 뿐 아니라 교회 내 신자들도 생태보존 운동에 대해 인식이 좋아졌어요. 우리의 활동은 교육적 측면이 있죠.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한 공동체가 되다 보니 큰 힘을 만들 수 있었어요.”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최경해 이사는 협동조합의 교육적 측면을 말하며 이를 통해 협동조합이 나아갈 계획을 설명했다. 2020년 8월 1일 부터 예비사회적기업이 된 만큼 개인 주택, 건물, 민간단체에도 태양열 발전소 설치를 제안할 계획이다. 올해부턴 EM제품도 도매 판매도 시작했다. 지구 환경 오염 중 대기와 수질 문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화석연료 생산을 통한 대기 오염은 태양열 발전을 통해 대체해 나간다면 수질 문제는 EM제품을 홍보하고 함께 사용하며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유용한 미생물’이란 뜻을 가진 EM을 통해 만든 비누, 삼푸 등은 수질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추후 EM에 대한 교육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천주교 내 협동조합 형태로 태양광 발전을 설립한 것은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 처음이다. 천주교는 생태 보존 범위를 자연 뿐 아니라 인간 활동까지 포괄한다. 이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도 중요하겠지만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교육도 필요함을 의미한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큰 문제도 작은 단위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