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알림방

[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꼼지락 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23.212.119.204)
등록일 : 2020-11-09
조회수 : 3630
시장에서 새로운 꿈을 배달합니다.


대전 동구 가양동 신도 꼼지락시장을 찾아가는 길. 가로등 옆에 주황색 글씨로 “꼼지락 시장. 다 왔습니다”란 간판이 길을 잘 찾았음을 알려주었다. 처음 찾아가는 길이라 혹시 길을 잃고 약속 시간을 늦으면 어쩌나 했지만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곳부터 신도 꼼지락시장 위치를 알리는 작은 이정표가 곳곳에 있었다. 오전 10시. 아직 한산한 시장을 걸었다. 시장 입구엔 주차장이 있었고 건물 간판은 주황색으로 깔끔하게 맞췄다. 시장 중앙에 고객 쉼터도 있다. 전통시장에서 장 볼 때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마땅히 쉴 곳이 없어 다리가 아픈 것인데 이곳엔 쉼터가 있어 반가웠다. 고객 쉼터에서 신도 꼼지락시장의 뜻을 찾을 수 있다. 벽면에 “젊음과 생기가 넘치는 신도 꼼지락시장! 꼼지락은 ‘작은 것을 크게 펼쳐 이루다’라는 뜻으로 신도 꼼지락시장의 번영을 위하는 것입니다”라고 적혔다. 젊음과 생기가 넘치는 곳이라는 데 이곳에선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하며 꼼지락 협동조합 백호진 대표를 만났다.


▲ 꼼지락시장 이정표와 고객쉼터


 
지속 가능한 발전,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백호진 대표와 인터뷰는 시장 안에 있는 ‘공동 판매장’에서 진행했다. 공동 판매장 안에는 큰 냉장고가 있고, 종이 박스가 쌓여 있었다. 박스에는 이렇게 적혔다. ‘고객님 아~하세요! 전통시장 신선 배송 들어갑니다!’

“지금은 네이버 밴드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상품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지만 11월 16일엔 우리 전통시장 어플이 나와요. 어플 이름은 ‘꼼지락 배송'이라고 지었어요. 그러면 우리 시장 전용 라이브 커머스를 완성하는 거예요. 이곳 시장까지 오지 않아도 집에서 오늘의 상품 상태도 확인하고 주문해서 받을 수 있어요.”

꼼지락 협동조합의 가장 큰 사업은 물품 배송 서비스다. 현재는 스마트폰 밴드 어플을 통해 상품 주문이 가능하다. 밴드에 들어가 보면 각 점포마다 상품을 예쁘게 사진 찍어 게시했다. 이번 추석에는 선물세트를 구성해서 판매했다. 물품을 주문하면 오전 11시, 오후 3시 하루에 두 번 냉동차로 시원하게 상품을 배송한다. 협동조합에서 물품 배송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신선한 상품을 받게 하는 것이다. 환경을 생각해서 냉매제로 물병을 넣었고 종이 박스도 냉장 보관이 가능한 특수 박스로 준비했다. 상품은 냉장고에서 냉장 박스로 그리고 냉동차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한다.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통시장 배송 서비스를 완성했다. 


▲ 시장 전경

전통시장에서 배송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곳은 문경 전통시장이다. 꼼지락 협동조합은 배송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문경 전통시장을 찾아 문제와 개선점은 무엇이 있는지 배웠다. 전통시장에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높은 반품률이다. 사진에서는 깔끔해 보이는 상품이 직접 배송 되었을 땐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꼼지락 협동조합에선 어플 개발을 통해 높은 반품률을 극복하고자 한다.

“어플을 개발하면 가게마다 휴대폰 공기계를 하나씩 지급할 계획이에요. 그래서 손님이 물품을 구매할 시 각 상인분에게 연결되어 손님은 구매할 상품을 보고 상인은 손님이 예전에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려 합니다. 이렇게 직접 찾아오지 않아도 서로 만날 수 있게 하면 신뢰도도 쌓이고 반품률도 줄 것으로 기대해요.”

처음부터 물품 배송 서비스를 위해 협동조합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상인회에서 처음 협동조합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을 진행할 무렵이었다. 국가에서 지원받아 시장을 활성화하는 만큼 지원 사업이 종료되어도 경쟁력 있는 시장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가 나왔다. 시장 안에서 상품 개발도 하고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자생력을 키우자는 의견이었다. 그때부터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의견을 모아 작년 12월에 꼼지락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 냉동 배송 박스와 배송 냉동차


 
재밌지만 힘든 일도 많죠

지금도 인터넷에 신도 꼼지락시장을 검색하면 많은 자료가 나온다. 시장 내 플리마켓 행사부터 ‘대학생 전 부치기 대회’, ‘스마트 스탬프 투어’, ‘꼼지락 노래자랑’ 등 다양한 행사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많은 행사는 시장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시장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죠. 상품 개발을 위해 요리 대회를 열고 괜찮은 메뉴를 상품으로 팔기도 했어요. 전문 시식 교수님을 모시고 여섯개 정도 상품을 만들었죠. 또 근처 오토캠핑장에서 필요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상품 개발도 했죠. 또 우리 시장에 오면 저녁 찬거리는 고민하지 않을 수 있게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꼼지락 장터 때 각 점포 사장님이 일일 선생님이 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생선을 파니까 오늘은 고등어조림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처럼 말이에요. 반응도 좋았어요. 재료만 사 오면 양념장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 주겠다 했었죠.”

많은 기획을 했다.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도와 주는 사람은 생기기 마련이다. 꼼지락 시장은 2018년도에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으로 지원을 받았고 연이어 올해에도 지원을 받게 되었다. 열심히 노력하니 중소기업청, 구청에서 많이 도와 줬다고 한다.

열심히, 재밌게 하지만 힘든 일도 많다. 무엇보다 백호진 대표는 상인들의 의식은 20년 전과 같다고 한다. 지금도 장사는 잘되는데 왜 더 힘들게 일하려 하는지 귀찮아하는 분도 있다. 젊은 사람들은 자꾸 새롭고 재밌는 일을 하려고 하지만 이웃 상인과 함께 하려다 보니 갈등도 있다. 배송 서비스도 매출은 있지만 운영비는 아직 벌지 못했다. 배달료가 문제다. 상품 가격의 10% 정도를 배달 비용으로 받을 계획이지만 아직은 무료로 배송을 한다. 하루에 40건 정도 주문을 받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럴때 상인들도 10%의 배달비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것이고 배달 서비스도 적자 없이 운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5월 20일엔 고객지원센터도 준공 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준공한 센터지만 전기료와 수도세를 감당하기 벅차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 생각하며 백호진 대표는 다시 힘을 낸다.

“코로나 이후 배달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상인 각자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기엔 통신, 식품 위생 등 확인 및 점검할 것이 너무 많지요. 그래서 협동조합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으로 구청 이곳저곳을 다니며 배달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지요. 계속 노력하니 좋게 봐주는 분도 많아요. 먼저 찾아와 협약식을 맺자 하는 곳도 있고 또 전통시장 활성화 사례를 보기 위해 견학 오는 분도 있죠.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이겨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하루 노력할 겁니다.”


▲ 백호진 대표님
 
 
협동이란, 가끔 내 것을 양보하는 것

백호진 대표는 신도 꼼지락시장 안에서 생선백화점을 운영한다. 인터뷰를 마친 후 그는 바로 가게로 돌아가 조기를 엮기 시작했다. 올해 추석에 굴비 상품이 인기가 좋아 새로 엮어 말려야 한다. 자신 일이 있으면서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협동조합 그리고 협동이란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서로 이익을 나누고 함께하자는 것을 넘어 가끔은 밀린 전기세도 내 돈으로 몰래 내고 장사를 마치고 나서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머리를 싸매는 것이 협동일지도 모른다. 내 것을 양보하고 나누면서 서로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주위에서 알아주고 또 함께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