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알림방

[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두손 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23.212.119.204)
등록일 : 2020-12-14
조회수 : 3070
함께 손을 잡고 걸어 나가자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학교 정문. 드문드문 거리를 걷는 학생들을 지나며 두손 협동조합을 찾았다. 충남대학교 정문 맞은편에 있는 건물 1층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공간은 천장이 높았고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주변에 와인이 보였고 잘 자란 고무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방문하기 전 홈페이지를 통해 두손 협동조합을 찾아봤다. 깔끔하게 정리한 홈페이지엔 ‘손재주는 있는데 기회를 제공 받지 못하는 잠재적 작가를 발굴, 양성하는 곳’이라고 두손 협동조합을 소개했다. 두손 협동조합의 복합문화공간 이름은 빈앤율이다. 간판에는 ‘아트플랫폼’이란 말도 함께 써 있다.


▲ 복합문화공간 빈앤율
 


함께 성장하기 위해선 지원이 필요하다

“이곳에 대학생도 많지만 그만큼 직장인도 많이 있어요. 요즘 직장인은 그런 로망이 있잖아요. 자기 일은 하고 있지만 나중에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욕망 말이에요. 그래서 퇴근 후 이 공간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바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면 퇴근 후 이곳 공간을 빌려 바처럼 운영해도 돼요. 공간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벽이 하얀 건 작가 작품 전시를 할 수 있게 고려했고, 천장도 높게 만들어 작은 음악회도 진행할 수 있게 준비했어요. 물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기획이 많이 미뤄졌지만요.”

두손 협동조합 김유리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통해 여러 기획을 해보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진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문화 예술 분야는 코로나로 많은 타격을 입었다. 문화 예술은 기본적으로 모이고 만나 작품을 매개로 소통이 이뤄지기에 모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작년 11월에 설립한 두손 협동조합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순간에 코로나가 터졌다. 두손 협동조합은 친목 모임에서 시작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놀던 모임에서 구성원의 장점을 살려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도예, 건축, 식물 인테리어, 광고 판촉, 공연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 있는 인원이 모였기에 다양한 공연도 만들고 창작 활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당장 기획 행사는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고 지금은 예술가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려 한다.


▲ 원데이클래스


“코로나 이후 여러 사업에 도전하려 했는데 지원 문턱이 높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처음엔 협동조합을 만들면 여러 사업을 받아 진행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직접 해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보통 사업 계획을 쓸 때 이 사업을 통해 무엇을 구체적으로 얻을 수 있는지 서술하라고 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예술은 함께 공감하고 즐기는 것 속에서 무형의 공공가치를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사업 계획서 쓰는 것 하나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젊은 작가들도 어려워하고 고민할 사업 공모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예술 사업에 많은 지역 예술인이 혜택을 받고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두손 협동조합은 서로 두 손을 잡듯 서로 모이고 만나 길을 만들어 가려 한다. 아직 대전 지역에서는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이 다양하지 않다. 그것은 문화를 즐기려는 지역 내 수요가 적기 때문이고 이는 양질의 문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김유리 대표는 생각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서로 알고 뭉치게 될 때 보다 더 좋은 문화를 지역 사회에 공급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빈앤율 내부전경


 
대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빈앤율 공간 옆에는 원데이클래스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조리 기구도 있어 공유 주방 역할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와인 클래스부터 인형 만들기, 요리, 미술사 수업 등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한다. ‘호락호락배움사랑방'이란 이름으로 진행하는 클래스는 코로나로 인해 1학기 수업은 주춤 했지만 조금씩 다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는 이 공간은 ‘온천2동 배움 사랑방’으로 지정되어 있다.

“와인 클래스 같은 경우에는 좋은 분을 모셔 왔어요. 사업 프로그램을 지원 받는다곤 하지만 한 회 강사비 책정이 낮다보니 결국 내 돈을 더 들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서울에 실력 있는 분들은 한 회 강사료가 높죠. 좋은 프로그램을 지역에 제공하고 싶어요. 지역 내 문화 수요를 높일 수 있는 건 좋은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거든요.”

김유리 이사장은 지역 내 예술가들이 기반을 잘 다질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때 본래 두손 협동조합이 하고 싶던 공연 기획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 작가들의 기반이 생기고 그들을 지지하는 관객이 모일 때 비로소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두손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원데이클래스는 지역 예술가들이 기반을 다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돌아보면 플리마켓을 통해 스스로 수입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가 많다. 김유리 이사장은 인스타그램이나 여러 소식을 통해 좋은 작가를 찾고 만나 직접 섭외한다. 최근엔 순천에서 열린 플리마켓을 방문해 대전 작가를 만나 섭외 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많이 알고 네트워크를 넓히면 서로 도울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김유리 이사장은 믿는다.

“처음엔 돈도 없는데 비용을 들여가며 자기 공간을 만들긴 어려워요. 그러니 이 공간을 같이 쓸 수 있게 했어요. 공간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다보면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생기기 않을까 생각해요. 많은 분이 이곳을 알고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저희가 많은 분을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죠.”


▲ 김유리 이사장


 
작가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곳
 
“공간을 같이 쓰는 것은 의미가 있어요. 일반인은 원데이클래스를 배우며 이 공간을 쓰고 예술가도 작업 공간으로 이 공간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이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해요.”

김유리 이사장은 공간을 공유하며 다양한 세대가 함께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작가와 관객이 만나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일상 속에서 다양한 세대가 서로 만나고 알아가는 것이 일상적인 행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수업을 듣고 함께 배우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작이라 믿는다. 더 좋은 작가를 찾으려 노력하고 다양한 원데이클래스를 만들려 하는 것도 다양한 세대가 관심을 가지고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함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공간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넓은 공간이다. 언젠가 이곳에 지역 작가들이 가득 차 즐겁게 노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그런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