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알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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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서 함께, 협동조합 이야기]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
"관객들의 숨소리가 딱 멈춘 순간, 울 뻔했어요"
조중석 이사장이 연극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대학 시절 탈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였다. 이후 군대에 다녀온 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고민 중 연극인의 인생을 살기로 작심하고, 10년 가까이 극단 '터' 생활을 시작했다. 지하실이었고 환경은 열악했다.
자계 예술촌에서 열정을 발산하다
극단 '터' 대표로서 변화가 필요했다. 단원들과 뭉쳐 새로운 공간을 찾기로 했다. 2002년이었다. 충북 영동에 '자계 예술촌'을 설립했다. 폐교를 꾸몄다. 가진 게 없다 보니 젊음 하나로 못질부터 시작했다. 낮에는 폐교를 수리하고 밤에는 연극에 몰두했다. 그러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충북 이원면에서 택배 물류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래도 재미가 넘쳤다.자계 예술촌에서 조중석 이사장은 연극에 몰입했다. 2004년도부터 상설 및 초청으로 40편 넘게 공연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선 부담감이 잔존했다. 연극인으로서 이상도 중요했지만 30대에서 40대를 맞이하며 현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경제적 자립도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다.
예술인으로서 함께 사는 관계 속에서 문화 운동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이 늘 따라다녔다. 무대에서 배우로서 작품과 함께 살아가면서 개별적인 예술 활동에 대한 되물음을 지속했다. 배우는 여지없이 연기자로서 만족해야 한다. 그것이 배우로서 삶의 자양분이라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극단 대표로서 사회 공익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따라다녔다. 어려운 현실을 감내하는 모든 이유가 오직 배우로서 살고 싶은 것인데, 극단 대표로서 개인적인 삶에 제약이 있다는 게 조금은 힘들었다.자계 예술촌 생활은 조 이사장의 인생에서 가장 열정이 넘쳤던 시간이었다. 특히 깊은 산속에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관람료 없이 '그믐 밤의 들놀음'을 4년 넘게 공연했다. 작품도 좋았지만, 공간적 매력에 심취했다. 깊은 산골 조용한 폐교의 교실 한 칸을 극장으로 개조하여 열악한 조명과 시설 속에서 관객과 배우가 소통하며 관계를 맺고 예술적 행위를 지속했다는 점에서 조 이사장의 감회가 남다르다. 시골 마을까지 관객들이 와서 찾아주고, 장마철에는 비가 많이 와서 관객이 못 나갈 때도 있었다.
극단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으로 확산 발전하다
자계 예술촌에서 활동하면서 결혼을 했고, 아이도 생겼다. 그러면서 공동체적 문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당장 현실과 부딪쳤다. 조 이사장은 자신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되물었다. 그 결과 큰 그림을 만들었다.2012년도에 자계 예술촌에서 대전으로 나왔다. 동료, 후배들과 연합하여 '나무시어터' 극단을 설립했고, 바로 창단 공연에 돌입했다. 몇 년 동안 뭉친 끝에 협동조합이라는 의의를 살려 공동체로 거듭나기로 했다. 2013년에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그것은 연극을 한다는 자존감의 확인이었고, 조합원들의 열정과 진정성이 융합돼 경사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이 2016년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조중석 이사장은 대상 수상작 '철수의 난'의 제작자이자 배우였다. '철수의 난'은 반공주의를 강요하는 대한민국 사회 현실을 풍자한 작품이다. 반공주의와 전쟁위기론을 부각시키는 현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전쟁 준비를 하는 마을 사람들을 풍자한 연극이다. 마을 한가운데 씽크홀이 발생하자 북한에서 남한을 침략하기 위한 땅굴의 흔적으로 오해하여 정말 전쟁이 터지는 줄 알고 피난을 떠나 뒷산에 자기들의 아지트를 만든다. 몰락하고 초라한 마을 저 멀리 발전된 도시의 불빛을 보면서 막이 내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재미와 웃음을 주지만, 곱씹어보면 우리들의 현 상황을 꼬집어 내고 있는 작품으로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대한민국 연극제 대상을 줄까, 자기 검열도 해보았는데, 의외로 수상의 영예를 받았다. 다행히 예술인 블랙리스트에는 안 올랐다.(웃음)"
협동조합의 가능성과 사회적 공공성 확보
조중석 이사장은 자본주의의 또 다른 대안으로 협동조합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모든 사업 안건을 단원들이 조율하고 토론해 왔던 터라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으로 만들자는 데 단원 모두가 한결같이 동의했다.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의 직업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지향하는 예술적 성향도 개성 넘친다. 미술,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은 물론 같은 무대에서 연출가, 배우, 기획 등 각자의 능력이 연극을 매개로 적합한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 단원은 회의 진행이나 의결 구조도 매우 성숙하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발전시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현재 협동조합은 법적인 형태로 보면 영리법인이다 보니 예술 활동과 충돌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비영리에 공익성이 강하다. 그러면서 사회적 활동도 보장된다. 영리적 목적보다는 예술적 활동을 통해 사회적 공공성을 도모하는 활동으로서 사회적 협동조합 전환이 필요하다.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은 2012년도에 설립하여 2013년에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연극인, 비연극인이 협력하여 지역의 공동체적 문화와 예술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총 19명으로 매월 정기 회의를 연다. 2017년에는 소극장 커튼콜과의 공동기획으로 상설공연 프로그램인 <열두달 프로젝트 FUN짓>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있다.무대 예술가들이 무대에 서고 싶지만, 기회가 없어서 힘들어하면 안 된다.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이 기획을 할 테니 하고 싶은 활동을 가지고 들어오라고 말한다. 그래서 매월 한 번씩 커튼콜 소극장에서 상시 공연을 한다. 이러한 모습이 확장된다면 대흥동에서 연극 예술이 꽃 피고 흥행할 것이라고 조 이사장은 믿고 있다.그러한 노력의 결과 대흥동 문화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조 이사장은 대전에서 연극 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믿고 있다. 단체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들의 열정이 중요하다.
그 결과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대상을 받은 것이라 믿고 있다. 연극인들이 풍족하게는 아니더라도 안정되게 연극을 지속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은 게 조 이사장의 소박한 소망이기도 하다.조 이사장은 협동조합이라는 좋은 체계 속에서 배우들이 하고 싶은 연극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인간적 에너지원이 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대전에서만이 아니라 서울에서도 양질의 작품으로 활동하며 인정받고, 박수 받고 싶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바탕으로 전국 내지는 해외 순회 공연을 꿈꾸고 있다.조 이사장의 노력으로 기관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는다. 대전문화재단에서 예술창작지원금을 지원받아 한국사회의 다문화 문제를 다룬 연극 <코레아드림>을 9월19일~ 9월30일 까지 소극장 커튼콜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아동,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2017 지역 특성화 문화 예술 교육 사업도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정림동, 법동, 가수원동에서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지원한다. 대전문화재단과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의 공동 컨소시엄 사업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감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연극인으로서 끝까지 무대 위에 서고 싶다
조 이사장은 '철수의 난' 공연 때가 많이 떠오른다."제작비를 너무 많이 들여 무리를 했다.(웃음) 무대 위에 서는 배우들은 무대 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다. 배우들, 조명, 스태프까지 다수가 무대 뒤에서 기다리다 보면 관객들의 숨소리가 일순간에 딱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조 이사장의 극단이 관객을 감동시키고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거나 박수를 치는 것도 아닌데 일순간 시간이 쫙 늘어나는 듯한 느낌으로 무대 뒤에서 울 뻔한 적도 있다고 한다. 다른 배우들도 그 순간 똑같이 느꼈다고 한다. 등골이 오싹하는 그 느낌 때문에 계속 무대에 선다. 역광 너머에 있는 관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들이 조중석 이사장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다.
조 이사장에게 연극이 무엇인지 물었다. 사회적 범주와 경계를 뛰어넘어 그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특권을 지닌 것이 예술가라고 했다. 단순히 파괴나 이탈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연극이라고 답한다. 연극은 싸움하고 의문을 지니며 그 시간에 답을 이야기하고 찾아내고 관객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일로써 조 이사장의 전부라고 강조한다.조 이사장에게 소박한 바람이 있다. 순수 예술에 대한 공공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그것을 우리 사회가 조금은 인정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 상품, 예술 상품에 길들여져 경제성을 담보로 자본주의적 사고가 팽배해지는 것을 경계한다.관객이 들지 않는 작품을 왜 하는가? 이 물음에 단호하다. 예술가가 관객을 좇아가야 하는가 반문한다. 예술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상품화하지 말라는 게 조 이사장의 역설이다.대흥동 원도심도 문제가 되는 것이 경제성, 상품성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역량 있는 화가, 무대 예술가, 전통 예술가들이 대흥동을 떠날 수밖에 없다. 문화 예술 특구 지정을 한다고 하니 집값이 뛰어 예술가들이 내몰려 나가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예술이 갖고 있는 공공성을 확대하고 인정하여 예술가들이 떠돌이가 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끝으로 물었다. 당신의 연극관은 무엇입니까?
"제가 사실은 말 주변도 없고 수줍음도 많아요. 연극의 매력은 무대 위에서 말하는 사람과 객석에서 내 말과 감정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지요. 보는 사람과 행하는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감정이 생기고,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이 행위자로서 만들어집니다.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기는 것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이 그냥 좋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0359&CMPT_CD=SEARCH
협동조합은 공생, 순환의 가치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대전지역에도 수많은 협동조합이 다양한 사업과 방식으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원기관인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 토마토, 오마이뉴스의 공동 기획으로 대전지역 협동조합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