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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청년구단 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06.245.195.108)
등록일
: 2019-07-08
조회수 : 3607
청년들의 꿈을 요리하는 공간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은행동과 대흥동 거리는 활력이 넘치지만, 지척에 있는 중앙시장은 그렇지 않다. 대체로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그나마도 시장 안에 사람이 많지 않다. 마치 잊혀진 조용한 섬처럼 섞이지 않고 붕 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중앙시장에서 청년구단협동조합은 세대 간의 연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7년 문을 열었다.
▲ 대전중앙시장 내 중앙메가프라자
청년구단은 중앙시장 한복거리 끝자락, 중앙메가프라자에 위치한다.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한 청년구단이라는 이름처럼 스포츠 펍으로 운영한다. 대전이 연고지인 한화이글스의 색을 담은 주황색 건물이 존재감을 가득 드러낸다. 청년구단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에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힘써라’, ‘나의 젊은 날을 사랑하자’, ‘청춘 피할 수 없으면 즐겨’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도전하는 청년들이 모인 공간인 만큼 스스로에게, 또는 이곳을 방문하는 청년들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다.시장 안으로 들어간 청년들
3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작은 공방과 카페, 한화이글스 홍보관까지, 청년들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작고 아기자기한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넓지 않은 골목에 공방이 하나둘 들어가 있으니, 마치 작은 시장 같다. 출입문 바로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청년구단에 입점한 청년들이 운영하는 색깔 뚜렷한 매장이 나온다. 일식, 치킨, 덮밥, 막걸리 등 다양한 메뉴만큼이나 매장 앞에 걸어 놓은 간판도 각양각색이다. 사람들은 청년구단에 들러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푸드코트처럼 한 공간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청년구단은 대전시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대전시 이외에도 전주, 여수, 서울, 군산 등 여러 지역에서는 청년구단처럼 전통시장 안에 꾸린 청년몰이 있다. 이곳 모두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원하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대전시 역시 청년구단 이전부터 중구 태평동에 청년맛잇길, 유천동에 청춘삼거리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하지만 접근성 문제와 체계화 되지 않은 운영 방식 탓에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 청년구단협동조합 내부 전경
청년구단은 앞선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준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협동조합 형태의 운영이다. 협동조합은 청년구단 내 입점 업체들이 서로 협력하며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입주 조건에도 협동조합 가입 조항이 있어요. 아무래도 이전에 먼저 시작한 청년몰이 지원을 받아 운영한 것이다 보니, 다들 버티지 못하고 쉽게 문을 닫고 협업에도 어려운 부분이 많았기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거죠.”
청년구단협동조합 유종성 이사장은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협동조합 주방 공간을 조성했다고 한다. 각 매장의 메뉴 이외에도 협동조합 치킨, 튀김닭발 ‘튀발’, 불족 등 여러 메뉴를 함께 개발해 판매했다. 공동 메뉴로 벌어들인 수익은 청년구단 운영에 쓰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매장과 협동조합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조합원들 간의 협의 끝에 현재는 공동 술 판매를 통해 공동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외부 행사에 나갈 때도 개별 매장의 이름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참여해 함께한다. 청년구단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기에 매장 운영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지만, 조합원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합의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
▲ 청년구단협동조합 내부 모습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의 성공적 모범 사례가 되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운영이 쉽지는 않았다. 접근성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전통시장에는 많은 사람이 드나들지도 않을뿐더러 시장 내로 유입되는 청년은 더더욱 없었다. 전통시장의 좋지 못한 상황은 청년구단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열심히 발로 뛰며 외부 행사에도 나가고, 자체적인 행사와 이벤트, SNS를 활용한 홍보도 진행했지만, 관심은 잠깐일 뿐 길지는 않았다.꿈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여정
청년구단이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TV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청년구단을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청년구단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관심 갖기 시작했다. 백종원의 지도를 통해 솔루션 받은 각 업체는 음식과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부터 다시금 새롭게 배워 나갔고, 자기 자신을 점검하며 보다 진중한 태도로 운영한다. 나아진 서비스와 음식 맛은 자연스레 사람들이 발걸음하게 했다.
“처음에는 아무리 많은 홍보를 해도 관심 가져 주는 분이 많지 않았어요. 방송 출연을 계기로 많은 분이 관심도 가져 주고, 응원해 주니까 저희도 더 힘을 얻어 열심히 하고 있어요. 좋은 품질과 서비스로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죠.”
▲ 청년구단협동조합 유종성 이사장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청년구단협동조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유종성 이사장은 청년구단협동조합의 가장 첫 번째 목표가 청년구단의 자체 수익으로 공간 운영비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꿈을 펼치기 위해 시작한 소중한 공간인 만큼, 모두가 힘을 모아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청년구단이라는 공간이 유지되면 또 다른 청년이 이곳에서 꿈을 펼칠 수 있고, 나아가 시장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될 테니 말이다. 또한 유종성 이사장은 조합원들과의 단합과 협력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청년구단협동조합은 매주 화요일마다 한 시간씩 회의를 진행하며 부족함을 메우고 있다. 함께 일하며 부딪히는 부분이나 애로사항 등의 안건을 회의 전에 받아 대화를 통해 맞춰 나간다. 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기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함께하는 조합원들이 있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협동조합을 이끌어 나간다.
각 매장 음식에 대한 피드백도 서슴없이 진행한다. 두루뭉술하게 ‘맛있다’라는 코멘트 보다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자세하게 피드백하며, 개선점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모두가 한곳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어쩌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모두를 위해서, 그리고 협동조합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죠. 조합원들도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피드백을 잘 못했었는데 지금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거리낌 없이 이야기해 주고 있어요.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서 보람 있고요. 지금은 새롭게 재정비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조금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차근차근하다 보면 분명 더 나아진 청년구단이 될 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