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알림방

[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대전문화산업단지 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06.245.195.108)
등록일 : 2019-09-26
조회수 : 3799
매일 매일이 축제 같은 도시, 우리가 꿈꾸는 미래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설립한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은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불합리함을 타파하고자 시작한 협동조합이다. 불안정한 고용과 악습으로 인한 불합리한 업계의 관행 등에도 어쩔 수 없이 의지해야 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주체가 되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들의 적극적 행보가 언젠가는 문화예술계에서 당연시되어 온 부당함을 걷어낼 수 있으리라 믿으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 신나는 예술여행
 
우리가 직접 해 보자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은 지역 청년 문화예술인이 지난해에 힘을 합해 설립했다. 불합리한 문화예술 서비스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지역 문화예술가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지역예술 역시 함께 발전하리라는 믿음도 있었기에 어딘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개선하는 것을 선택한 셈이다.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의 조하나 이사장 역시 대전에서 음악을 하며 문화예술 서비스 유통구조에 문제가 많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직접 활동하는 ‘우리’라고 생각했다.


▲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의 컴필레이션 앨범 <다수의 멜로디>
 
“지역 축제에 공연을 하게 되면 저희가 직접 계약을 하지 않아요. 중개업자가 행사 주체인 관과 계약하고 뮤지션들을 섭외해 공연을 하는데, 그 사이에서 중개업자는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고 정작 뮤지션들은 적은 출연료를 받죠. 그렇다고 중개업자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보니, 많은 행사에 참여한다고 해도 넉넉한 수익을 얻는 건 아닌 거죠. 밴드활동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멤버들 모두 개인적인 수익활동도 병행해야 해요. 이게 현실인 거죠. 그래서 생각한 게 ‘그럼 우리가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계약을 맺어 뮤지션들에게 합당한 수익을 지불하자’라는 것이었어요. 예술 하는 대부분 사람이 서류나 문서 작성에 있어서 어두운 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우리가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역문화예술인이 지역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발로 뛰었다. 그 덕분인지 이제 막 협동조합 설립 1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경력이 화려하다. 지역 예술인들과 컴필레이션 앨범 〈다수의 멜로디〉를 발매하기도 했고, 유성구에서 행복팜 프리마켓을 운영하고, 노래방 하나 없는 오지에 사는 아이들을 찾아가 예술 교육을 진행하는 ‘신나는 예술여행’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응노미술관과 함께한 대전 인디살롱 ‘인디의 밤’은 많은 시민과 관계자에게 호평을 받은 기획 행사였다.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에서 기획해 이응노미술관에 제안했고, 기획서를 좋게 본 미술관은 흔쾌히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공연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거 프랑스 살롱 문화에서 차용해 온 행사였다.

“서울에는 정말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많죠. 특히 살롱 문화처럼 예술과 토크를 결합한 행사가 많았는데, 그에 반해 대전은 그렇지 않았죠.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행사가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에 기획한 행사였어요. 음악도 듣고, 음악평론가와 함께 대화도 나누며 지식과 즐거움 모두를 얻을 수 있는 행사인거죠.”

처음 준비한 행사였지만, 생각보다 큰 사랑을 받은 탓에 이응노미술관에서 올해도 함께해 보자는 제안을 받아, 올해 역시 인디의 밤을 진행할 예정이다.


▲ 인디의 밤
 
 
꿈을 가진 이들의 발걸음

조하나 이사장은 인디 살롱을 소개하며 이러한 행사가 더 많아져 대전 시민에게 좋은 영감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대전문화산업협동조합이 대전 인디살롱 ‘인디의 밤’을 기획한 이유는 이들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대다수의 문화예술 행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시민들이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많지 않다.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은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지역 문화예술계가 가진 문제점이자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 시민이 지역 문화를 편견 없이 향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서울 중심의 문화예술 행사가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역 문화예술의 힘을 더 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미국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각 지역마다 가진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는 스스로 대전을 ‘노잼 도시’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 역시 지역에 대한 자존감을 가질 필요가 있죠.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아티스트가 지역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시민들 역시 지역 문화예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향유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겠죠. 그래서 더 많이, 열심히 활동하면서 시민들에게 지역 문화예술을 알리고 싶어요.”


▲ 행복팜 프리마켓
 
다양하고 좋은 퀄리티의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해, 시민에게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은 바쁜 1년을 보냈다. 낮에는 각자의 일을 하고 밤에는 각종 공모전 준비를 위해 조합원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제 막 설립한 협동조합이기에 이렇다 할 경력이 없어 지원하는 공모전은 매번 떨어졌다. 몇 번의 실패를 맛보고 나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도 ‘이게 과연 될까?’하는 의문과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꿈이 있고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이들은 쉼 없이 달릴 수 있었다. 그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던 터라 다양한 기획에 도전을 하며 올해 역시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조합원들이 먹거리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로컬푸드교육센터 품 협동조합 분들과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마르쉐’라고 서울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가 있는데, 그걸 보고 기획했어요. 우리 지역 농산물을 팔고, 즉석에서 요리도 해 먹어 보는 행사죠. 시민들이 장터를 방문해 로컬푸드를 소비하고, 더불어 다양한 공연도 관람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 조하나 이사장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꿈도 점점 커져 간다. 음악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과도 함께하며 활동 범위를 확장할 생각이다. 또한 문화예술인들만 참여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지역과 상생하는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기획할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며 지역을 조금 더 생기 있게 바꾸는 것, 흥성거림으로 가득한 지역이 되길 바라는 마음. 바로 대전문화산업단지협동조합이 해야 할 일이자 이들이 그리는 앞으로의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