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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행복전동휠체어 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06.245.195.108)
등록일 : 2019-10-11
조회수 : 4344
여러분의 튼튼한 다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주택가와 상점이 한데 어울려 공존하는 서구 용문동의 한 골목. 따뜻한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거리는 활력이 넘친다. 오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로 북적거리는 거리에 행복전동휠체어협동조합이 자리해 있다. 장애인의 다리와 같은 휠체어가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수리하고 점검하며 그들의 또 다른 다리가 되어 주고 있다.
 

▲ 행복전동휠체어 협동조합 전경
 
고집스레 매진한 시간

행복전동휠체어협동조합은 대전서구지역자활센터 안에서 주민 참여형 신규 일자리 사업의 일환인 ‘행복전동휠체어 사업’으로 시작했다. 전동휠체어를 수리하는 일로, 김성수 이사장의 굳은 결의와 도전의식이 일궈 낸 사업이었다. 김성수 이사장이 전동휠체어에 관심 갖기 시작한 건 아픈 아내를 병간호하면서부터다.
 
“원래 경기도에서 사업을 하다가 2006년도에 대전에 내려왔어요. 2009년부터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죠. 아내 병간호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눈길이 갔죠. 함께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는 사람들이 휠체어를 많이 타고 다니는 게 보이더라고요. 아픈 아내를 위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업을 계획한 김성수 이사장은 시장조사에 나섰다. 대전에 있는 전동휠체어 판매처는 많이 찾을 수 있었지만, 수리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수리를 하려면 본사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들에게 다리나 마찬가지인 휠체어가 없이 일주일을 보내야 한다는 건, 외출 자체가 어렵다는 뜻이다. 작은 잔고장도 쉽게 고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타파하고자 당시 김성수 이사장이 일하던 대전서구지역자활센터의 지원을 받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서울에 있는 전동휠체어 본사에서 수리 기술을 배웠다. 과거 오랫동안 공장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던 탓에 김성수 이사장은 수리 방식을 금방 익힐 수 있었다.
 
수리 기술을 배워 다시 대전에 내려와 대전서구지역자활센터에서 구입해 준 전동휠체어 두 대를 가지고 한 달 동안 분해와 조립에 매진했다. 꾸준한 반복이 전동휠체어를 다루고 각종 부품을 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 행복전동휠체어 협동조합
 
“꼬박 한 달 동안 연습에 매진한 후에야 완벽하게 전동휠체어 수리에 익숙해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난 후에 사업 제안을 위해 필요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죠. 장애인 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러 다녔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다들 저를 경계하더라고요. 갑작스레 다가와 이것저것 묻는 제가 수상해 보일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천천히 다가가려 노력했어요. 음료수를 사 들고 다니며 친해지는 것부터 했죠. 그러다 보니 다들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고 설문조사에 흔쾌히 참여해 주셨어요.”
 
김성수 이사장의 노력 끝에 100명이 넘는 사람에게 설문조사를 받아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서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2013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5년 뒤인 2018년, 행복전동휠체어 사업팀은 대전서구지역자활센터로부터 독립해 ‘행복전동휠체어협동조합’을 설립했다.
 

▲ 행복전동휠체어 협동조합
 
받은 것을 돌려준다는 마음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일이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이용객이 행복전동휠체어를 알 수 있도록 홍보를 하는 것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주변 시선이 따가웠다. 같은 수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행복전동휠체어는 하고자 하는 일,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운영하다 보니,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의 환경도 조금씩 나아졌어요. 저희가 운영을 시작하면서 그간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가격 부풀리기’가 사라지고 단가가 안정되었어요. 많은 분이 저희에게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때마다 우리가 제대로 잘해 오고 있구나 싶어요. 그리고 다른 업체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 저희를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보는 분들도 생겼어요. 그럼 저희는 직접 나서지 않고, 그분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도와드리죠. 직접 해야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요.”
 

▲ 행복전동휠체어 협동조합

처음에는 이용객이 뜸했지만, 한 명 한 명 행복전동휠체어의 서비스를 이용해 본 고객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곳 잘한다’라고 소개하며 자연스레 입소문을 탔다. 사람들 사이에서 ‘믿고 찾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많은 사람이 행복전동휠체어를 찾는다. 한 달에 30~40대 정도를 수리하고, 신차 판매도 10건에서 12건 정도 된다.
 
이제 행복전동휠체어는 많은 사람이 찾는 수리업체로 거듭났지만, 그렇다고 마냥 사무실에서 기다리진 않는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고장이 났다는 연락을 받으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가 휠체어를 수리한다.
 
“길을 가다 휠체어가 고장이 나면 쉽게 움직일 수 없어요. 수리를 받으러 가는 길이 굉장히 고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진행해요. 고장이 나면 저희 쪽으로 연락해 대략적인 위치를 설명하면, 저희가 그곳으로 찾아가 휠체어를 운반해 와 수리를 하죠. 그래서 한 명을 제외한 수리 기사들은 거의 밖에서 일한다고 보면 돼요. 우리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언제든 달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죠.”
 
행복전동휠체어협동조합은 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찾는 이도 많아져 처음보다 환경이 나아졌다. 작업장과 사무실이 한데 있던 작은 사무실에서 조금 더 확장해 1, 2층으로 나뉘어 1층은 작업장, 1층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조금 더 편안해지고 나아진 환경에 조금은 느슨해질 수도 있겠지만, 행복전동휠체어는 여전히 같은 길을 걸어가며 사회에 도움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받은 것을 돌려주고자 노력한다. 서구 장애인 체육대회에 기부를 하거나, 서구에 있는 각 주민센터에 먼저 연락해 휠체어가 필요한 이에게 휠체어를 기증하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것을 받아 왔기 때문에 이만큼의 성장이 있었다며, 그 감사함을 나누며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행복전동휠체어 협동조합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저희 사무실 한편에 휴게실을 만들고 싶어요. 행복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이 그곳에서 편히 앉아 수리를 기다리거나, 꼭 볼일이 없어도 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 말이에요. 저희는 전동휠체어를 판매하고 수리하는 일을 하지만, 아직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이끌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분들이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항상 직원들에게 말해요. 우리는 받은 게 많으니 돌려줘야 할 게 많다고. 이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더불어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