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알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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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대전의류제조사업자 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06.245.195.108)
등록일
: 2019-11-11
조회수 : 4187
하나의 큰 울타리를 만드는 과정
포근한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산성동 좁은 골목에 위치한 아담한 건물 하나. 대전의류제조사업자 협동조합 이형선 이사장이 운영하는 청맥어패럴이다. 긴 시간을 보내 온 듯한 낡은 건물은 왠지 모를 묵직함이 느껴졌다. 30년 가까이 의류제조업에 몸담은 이형선 이사장, 그와 함께 묵묵히 일해 온 이들의 시간이 공간과 어우러져서 아닐까 싶다. 어려운 제조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조금 더 포근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대전의류제조사업자 협동조합. 아직 미미하지만 새로운 미래를 위해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위해
“다른 지역 또한 마찬가지지만, 대전에서 옷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들이 많아요.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이 일하기도 하고, 4대보험이나 연차 제도 같은 근로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갖지 못한 사람이 많죠.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싶었어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했죠.”
또한 이형선 이사장은 침체된 의류제조 산업 분야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힘을 합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지난 2018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우리나라 의류제조 산업은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대표적 산업 중 하나로 손꼽혔다. 우리나라를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었던 산업이지만 시대의 변화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1960년대에는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제조원가 상승과 인건비 상승, ‘사양산업’이라는 이미지로 인한 인력난 등의 다양한 문제는 생산은 물론 수출에도 큰 어려움을 던져 줬다. 결국 다수 기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인건비가 저렴하고 인력이 많은 동남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이형선 이사장은 “생산 공장이 해외로 나가 버리니, 우리가 설 자리가 많이 없어진 것이 사실이지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의류제조 산업 역시 침제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을 놓은 채 근로 환경이 개선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만을 품고 있을 수는 없었다. 동종업계와의 협력,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생각한 이형선 이사장은 한 달간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녔다.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협동조합 설립 취지와 가입 제안을 했다. 걱정과는 달리 이형선 이사장의 손을 흔쾌히 맞잡은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조심스러운 반응도 많았다. 협동조합 활동으로 인해 기존 거래처와 관계가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많은 이가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열정 하나만 가지고 움직인 한 달 동안 이형선 이사장은 뜻을 함께할 조합원 7명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여전히 조합원은 7명 그대로이지만 조금씩 협동조합 가입에 관심을 보이며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먼저 다가오는 이들을 보며 이형선 이사장은 조금 더 많은 사람과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 본다.
함께 이루어 나갈 내일
“혼자서도 많이 고민하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지금의 어려운 상활을 탈피할 탈출구를 찾아 봤어요. 그러다 협동조합 형태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대전 지역 의류제조인들이 함께 힘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목소리를 낸다면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일 거라 판단했어요. 마침 대전시교육청에서 교복 무상지원 이야기가 나올 때였는데, 그걸 발판 삼아 나아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10월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은 고교 무상급식과 더불어 무상교복 지원 관련 합의 내용을 발표했고, 올해 입학한 중고생을 대상으로 동복과 하복, 각 한 벌씩을 지원했다. 오는 2020년에는 중고등학교 신입생 무상교복 지원방식이 중학교는 현금, 고등학교는 현물 지원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대전시 무상교복 지원으로 인해 대전의류제조사업자 협동조합은 조금은 힘을 얻었지만,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많다. 다양한 판로 개척을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형선 이사장은 “일감확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어려운 이들에게 일을 배분하는 작업을 해야겠지요. 해야 할 일과 계획은 많지만 함께할 수 있는 일감이 없어 그저 아쉬울 따름이죠. 대전시와의 협력과 지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외적 활동을 통해 조금 더 많은 기회를 마련하고자 힘쓸 예정입니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대전의류제조사업자 협동조합의 바람이 있다면, 공동작업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형선 이사장이 계속해서 강조한 열악한 환경에 놓인 근로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이형선 이사장은 공동작업장을 하나의 큰 울타리라고 표현했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공간, 단지 물리적 공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함께하고 도울 수 있는 어떤 힘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 이형선 이사장
“정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사람이 많아요. 장인이라고 이야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묵묵히 일해 온 분들이죠. 각자의 기술을 가진 이들과 함께 모여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의 작업물을 제작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