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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작성자 : 전미나(106.245.195.108)
등록일
: 2019-11-11
조회수 : 4563
모두가 함께할 따뜻한 마을을 상상합니다
북적거리지는 않지만 따뜻한 정과 온기로 가득한 태평전통시장과 멀지 않은 곳에 태평1동 시민공유공간 상상마을이 있다. 방과 후 마을돌봄과 마을배움카페, 육아꾸러미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태평동 주민과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질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공간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날 수 있다.
마을 안 우리 모두의 아이들
올해 7월, 많은 사람의 축하와 관심 속에서 태평1동 시민공유공간 ‘상상마을’이 문을 열었다. 시민공유공간 상상마을은 대전시에서 지원하는 ‘시민공유공간 조성 지원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행복육아꾸러미지원네트워크와 태평전통시장 상인회,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 등 마을 안 다양한 공동체와 주민이 힘을 모아 조성했다. 이곳에서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의 마을돌봄이 이루어진다.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은 방과 후 마을 돌봄을 해 보자는 생각에 도서관 활동가들이 힘을 합해 시작했다.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 김소연 꿈지기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약 8년 동안 이어 왔다고 말한다.
“도서관 활동을 하던 분들이 마을학교를 하면서 마을학교가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을 설립했어요. 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뜻이 맞는 도서관 활동가 몇몇과 외부 활동가들이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방과 후에 함께 돌보자’ 하는 생각으로 품앗이 형태로 소소하게 마을학교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활동한 지가 벌써 8년 정도 되었죠. 품앗이 교사 형태로 아이들을 돌보다가 지금은 주교사가 아이들을 케어하고 있어요.”
마을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함께 놀고, 배우며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활동한다. 돌봄과 교육이 결합한 형태로 초등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간식도 만들어 먹고, 요일별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새로운 배움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학원에 연연하지 않고, 학습보다는 놀이에 더 충실한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학습은 이미 학교에서도 충분히 하고 있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기에는 아이들이 좀 놀면서 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활동을 하며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자 했죠.”
꽤 긴 시간 활동을 이어 왔지만, 그 안에 어려움도 존재했다. 마을학교라는 것이 매일같이 아이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인데, 그만큼 매일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활동가가 없었다. 각자의 생업이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참여가 어려운 활동가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마을학교 운영을 이어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잠시 2~3년간의 휴식기를 가지기도 했다.
“한동안 휴식기를 가지며 부모와 마을 교사들이 같은 고민에 빠졌어요.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운영을 이어 나간다면 마을학교를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모여 학습회를 가지고 공부하며,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로 한 거예요. 이런 활동이 마을에서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아 움직인 거죠.”
엄마와 같은 공간
상상마을 협동조합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마을학교 운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청소년 진로경제교육이다. 청소년 진로경제교육은 올해 하반기에 꾸준히 진행했다. 태평시장과 연계해 마을 안 청소년들이 시장 상인과 교류하며 시장 경제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유통 과정, 지역 화폐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한 희망제작소에서 제작한 ‘좋은 일을 찾아라’라는 보드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진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또한 학습모임을 통해 마을 주민이 가진 재능을 공유하는 교육두레를 진행한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주민은 도서관 관련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고, 안전한 먹거리, 팝아트 등 자신이 가진 재능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김소연 꿈지기는 “마을에서 이런 활동들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으면 했어요. 마을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배워 보는 시간을 갖고 재미를 느낄 수 있죠”라고 이야기했다.
마을과 함께 다양한 일을 도모해 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많다. 전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부족한 인력은 메꾸기가 쉽지 않다. 현재 마을학교를 통해 돌보고 있는 아이들은 총 15명이다. 더 많은 아이들을 돌보고 싶지만, 교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늘어나면 한 명 한 명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없기에 선뜻 인원을 늘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꾸준히 마을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건, 좋은 사람들 때문이라고 김소연 꿈지기는 말한다.
“사람이 좋아, 사람 때문에 이어 온 일이에요. 내 아이를 잘 키워 보고 싶은 욕심에 시작한 일이지만 뜻을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마을 안에서 시간이 흘렀죠. 협동조합 운영을 위한 업무도 해야 하고 다른 사업도 진행하기 때문에 정말 바쁘지만, 아이들과 만날 수 있어 보람을 느껴요.”
마을에서 엄마처럼 아이를 돌보는 돌봄교실,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꿈꾸는 협동조합의 미래다. 아이들을 마을살이하는 아이로 키워 마을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외동으로 자란 아이들이 이곳에서 형제, 자매를 만들 수 있도록. 그렇게 문턱이 없는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싶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문제도 많다. 안정적 운영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안정적 운영이 아이들에게도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상상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윤숙 이사장은 협동조합 하나만의 자립보다는 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라 말한다.
▲ 김소연 꿈지기와 윤숙 이사장
“관의 지원과 도움이 있다면 분명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타 도시의 경우에는 관과 단체가 함께 협력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사례도 있죠. 비단 그 선례가 그곳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전시에서도, 그리고 중구에서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시와 구가 함께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거죠.”